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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소개]
10월_ <구토유발자(그것)>
지난 해 여름,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가 도심을 뒤덮었다. 내 일상을 어지럽히고, 언제 나에게 들러붙을지 모를 공포감을 들게 하는 그 벌레가 오히려 환경 정화에 도움을 주는 익충이라는 뉴스를 보고 실망감을 느꼈다. '그것'에 대한 감정이 과잉반응이라 생각하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해 내려는 생존 본능으로써 구토하듯 '그것'을 향한 감정을 쏟아낸다. 마음 편히 창문을 열 수도, 마음 편히 걸을 수도, 마음 편히 먹지도 못하게 하는 '그것'을 어떻게 혐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1월_ <해리>
'넌 언제부터 차별했어?'
차별의 역사는 곧 나의 역사다.
차별은 우리의 문화, 감정, 제도, 관계 등 구조 속에 자리하고 의심없이 재생산된다. 이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태어나고 살아온 개인에게 '차별한다'는 것은 눈치 못 챌 만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매 순간 나의 말, 행동, 생각, 상상을 의심하고 재고하고 바꾸어 내려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매 순간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괴롭고 번거로운 일인가.
12월_ <한국인 되기>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아시아에서 최초로 다인종 다문화 국가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인과 이주민을 향한 오랜 혐오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혐오는 선택적이다. 국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활약한 귀화 선수들에겐 환영과 따뜻한 시선을 주지만 기피 업종의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차별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은 건설 현장, 공장, 돌봄 등 사회 곳곳은 그들 덕분에 유지되고 있는, 이미 그들 없이 굴러갈 수 없는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