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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이 한마디로부터 <들.뜬>은 시작합니다. 이 말은 2021년 개봉한 퀴어부모에 관한 다큐멘터리 '너에게 가는 길' 관객과의 대화에서 FTM 트렌스젠더 한결이 엄마가 한 말입니다. 현직 소방 공무원인 그녀는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세상, 너와 내가 구분되어 있는 세상에서 살다가 자식이 퀴어라는 걸 알고 그동안의 나의 세계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 세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라고 말했습니다. 이성애와 관료적인 세계에서 감각하고 사유하던 그녀는 한결의 삶을 껴안으며 세계의 확장을 경험했음을 무대 위에서 온몸으로 발화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그녀의 존재는 알 수 없지만 그 순간의 그녀의 존재는 분명 기존 자신의 경계너머로 확장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이라도 해보지. 별것도 아닌 걸.'
언젠가 퀴어 자식을 잃은 부모의 인터뷰를 보았습니다. 위에 언급한 한결의 엄마와 다르게 자살 이후에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의 인터뷰였습니다. 꽤 오래전이지만 아직까지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은 '말이라도 해보지. 별 것도 아닌 걸.'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던 음성입니다.
자식의 죽음의 이유가 소수성과 그것을 혐오하는 폭력이라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딸은 '스스로 선택했으니 슬퍼 말라'라는 유서를 남겼습니다. 아버지는 자신의 세계가 달라진 이후 퀴어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해하기 위해선 낯선 감각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혐오를 벗어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살아남은 자들이 삶으로 돌아설 수 있으려면 최소한 죽음의 이유가 납득이 되어야 한다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딸 '하늘이'를 중심으로 한 서사가 아닌 상실을 겪은 부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하늘이의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언급되고 부모의 현재와 미래를 표현합니다. 고통보다 성장을 다룹니다. '퀴어성' 혹은 '소수의 감수성'으로 인해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사람들, 고통의 터널을 지나 타인에 대한 이해로 나아가는 사람들에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우리의 공동체에서 소수자는 가족, 동료, 친구 등의 이름으로 우리와 연결되어 공존하고 있습니다. 우리 중 누구나 위치에 따라 소수자의 입장에 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인간뿐만 아니라 접속하는 모든 것과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인간은 세계의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늘이의 엄마, 아빠는 지금 발효 중입니다. 하늘이의 죽음이 끼친 영향을 그들은 하늘이의 유산으로 해석합니다. 그들은 달라진 서로를 바라보고 상대의 말을 경청합니다. 존재를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어른이 되어갑니다.
소수성은 개별성이고 고유성입니다. 공존의 가치입니다. 이런 생각들과 감각을 관객과 나누기 위해 만들었습니다.